명료함 외의 어려움
명료함이 아니니까 ‘일상’ 카테고리에.
- 공동체 S에서 일을 시작한다. 성탄절, 점심을 먹고 사람들과 인사 겸 카페에 갔다. 어쩌다보니 인스타를 발각당한다. 철학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B가 묻는다. “어느 철학자를 좋아하세요?” “아.. 러셀이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갑분싸.
- 성탄 저녁에 갑작스레 한 파티에 참여한다. 랜덤으로 부여된 주제어를 갖고 시를 쓴 뒤 나누어 갖자고 J가 제안한다. 그럭저럭 쓴 시를 두고 ㅍ이 칭찬한다. “야 너 글 쓸 생각 없냐,” 나는 없다고 말한다. 끈질기게 한가지에 천착할 그런 집착을 나는 갖고 있지 않다.
- 장편보다 단편이, 서사보다 시가 낫다. 성서의 서사는 대개 시구 정도의 길이를 가진 작은 서사들로 분리된다. (아마도 저자가 질적으로도 수적으로도 다양한 탓에 긴 통일된 서사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성서가 좋다.
- 바로 그 J가 연습실을 함께 대여하자고 말한다. “좀 생각해 볼게,” J는 5분쯤 뒤 다시 나를 재촉한다. 끈질기다. 나도 그러한 끈질김은야 갖고 있다. (-이야,를 한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은야로 대체할 수 있을까?) 그래도 영 어려운것은 J에게 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