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성의 옹호자들

어떤 사람들이 말한다. 서구 합리성의 역사는 이러저러한 역사적 악행을 정당화시켰다. 따라서 합리성의 거부가 요구된다. 비합리성을 통한 정치와 예술만이 구원한다. 합리적 기획에는 선한 것이 없다.

그들의 결론을 어떻게 맞다고 할 수 있는가? 근거를 통한 옹호 가능성을 보아야만 여부를 알 수 있다. 요컨대, 그들에겐 역사적 검토가 그 근거이다. 또한 당대의 사상으로부터 합리적 논증을 해 악이 발생했음이 그 근거이다.

하지만 이러한 근거를 대는 순간 그들 역시 합리성에 의존하는 셈이 된다. 넓은 의미에서 합리성이란 납득 가능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반면 합리성에 의존하지 않으면 그들의 주장을 검토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그들은 해소 불가능한 딜레마에 있는 것이다. 두 길만이 가능한데, 한 길은 자기모순적이며 다른 길은 정당화될 수 없다.

차라리 합리성을 인정해 버리면 된다. 충분히 합리적으로 사고하되, 어떤 주장이 정말 불가피하게 악한 귀결을 낳는다면 그 주장을 거부하면 된다. 합리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무런 이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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