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논문을 써 보기로 했다

박사과정 일주일 째, 박사과정생다운 일을 해 보기로 했다. 아직 오리엔테이션 기간이어서 여유가 조금 있다. 하여 이번주 안에 저널에 실을 수 있을 정도가 되는 논문을 한 편 써 보겠다고 다짐했다. 다루는 주제는 백야에도 종종 실었던 ‘양화사 변이’에 관한 문제다. 특히, 양화사 변이와 기술구주의에서 언급했던 양화사 변이의 술어주의적 함축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이상적 행위자에 대한 (다수) 존재 개입

변화. 개념적 변화라는 현상을 생각할 수 있다. 가령, ‘물’의 개념이 동일한 채 그 외연과 내포가 변화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개념 공학자들의 사례.) 확률 함수의 변화라는 현상을 생각할 수 있다. 가령, H라는 명제에 관한 나의 신념도 할당이 E라는 또다른 명제가 배경 지식으로 주어짐에 따라 변화해서, P(H|E)=P*…

독회 준비

학기 시작 전, 두 달간 독회를 빡세게 돌릴 생각이다. 하나는 내가 캐리받는 모임이고 하나는 내가 강의하는 모임이고 나머지 하나는 함께 배워가는 모임(?)이다. * 합리적 불일치를 주제로 아티클들을 읽는 모임이 있다. 난 인식적 불일치에 대한 유망한 해소법이 합리성이 개념 체계를 통해서만 예화될 수 있다고 보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존재론적…

사실에 관한 총체적 비구조 이론

양화사 변이가 갖는 난점들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식은 비구조적 사실(u-facts)의 계열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루이스가 제안했듯 사실의 외연을 그 사실이 성립하는 가능세계의 집합으로 간주할 때 가능하다. 명제의 내포를 그 명제가 참인 가능세계의 집합으로 환원하듯 말이다. 허쉬가 이 가능성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순간 든 의문은, 비구조 이론…

양화사 변이와 기술구주의

양화사 변이의 옹호자에게 있어 문제될 것 중 하나는 단칭어의 문제이다. 학위논문을 쓸 때 비슷한 문제를 다루었기는 했었는데, 테드 사이더의 논문, “Neo-Fregeanism and Quantifier Variance”(Sider 2007)를 읽고 이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문제란 이런 것이다. 두 언어, L과 M이 있다고 하자. 이 두 언어는 상이한 양화…

‘철학적 대화’

내가 철학을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대할 법한 이미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이른바 ‘철학적 대화’를 기깔나게 하리라는 그런 기대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그들이 기대하는 ‘그 대화’에 끼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철학적 대화의 적절한 주제라고 통상 생각하는 많은 주제들이, 내가 보기로는 철학적으로는 매우 사소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20년 하반기 이야기

최근의 여정은 이랬다: * 지난 1학기에 종합시험을 통과한 뒤 학위논문에 착수했다. 퍼트남의 내재적 실재론이 종교들에 대한 철학에 있어 갖는 다원주의적 함의를 밝힌 뒤 내재적 실재론을 옹호하는 것이 논문의 골자였다. 퍼트남에 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외부 교수님을 부심으로 초빙했는데, 한편으로는 이 덕에 뿌듯한 연구가 가능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때문에 졸업이 곤경에 빠질 뻔했다.…

'Neo-Carnapian'

신카르납주의는 오늘날 영미권 철학계에서 아주 빈번히 등장하는 분류이다. 이들은 존재론을 보다 연질의soft, 가벼운lightweight 것으로 간주한다. 이들은 양화사나 개념에 있어 가소성 내지 상대성이 원리적으로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진지한 문제란 존재론 내적internal 문제일 뿐이며, 존재론 외적external 문제는 상당히 사소한 것 내지 어쩌면 사이비 문제에 불과할 것임에 동의한다. 그리고 나 또한 이들의 방향성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