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함과 철학되는 것

철학한다는 것은 공격적이게 말하는 일을 포함한다. 통념을 그저 반복하는 일은 유의미한 철학적 작업의 일부로 간주되기 어렵다. 그 경우 메타 담론인 철학과 대상 담론인 일상 언어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곤 한다는 점에서 철학적으로 여겨지기 어렵고, 그러한 반복은 학문적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학문적 작업으로 여겨지기 어렵다. 그런데 통념을 논박하는 일은, 특히 철학의 방식인 논증 내지 ‘담화’를 통해서는 공격적이 되기 쉽다. 또는, 공격적이지 않고서는 통념을 뒤집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통념이라는 것은 모든 담화에 있어 그 스스로를 정당화 기준으로 삼기 마련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이 통념들은 가장 견고한 믿음 체계를 구성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공격적인 특성이 오히려 통념의 변화를 막곤 한다는 것이다. 대화가 시작되려면 자신의 말을 공격적이지 않게 포장해야 한다. 철학함의 결과물은 결국 철학되는 것의 현장에서의 변혁을 꾀해야 하기에, 폭력적이지 않게 그러한 변혁을 이루려면 철학은 스스로를 포장해야 한다. 반면 철학은 그 자체로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어떻게 이 공격적인 것이 철학되는 것의 정 가운데에로 파고들어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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