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체계의 여러 형태들

각각의 진리 체계는, 어떤 것에 관한 진술들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페아노 공리계에 기초한 산술 체계는 수에 관한 진술들로 이루어진다. 국어 문법에 기초한 의미 체계는 명제들에 관한 진술들로(이 표현이 조금 불명확하다) 이루어진다. 칼뱅주의에 기초한 신앙 체계는 종교적 대상에 관한 진술들로 이루어진다. 등등.

어떤 체계의 언급 대상들, 즉 한 체계의 치역에 해당하는 것이 반드시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언급하고자 하는 체계들이 존재한다.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한 진리 체계나, 물리주의에 기초한 진리 체계, 실존주의에 기초한 진리 체계 등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진리 체계가 어떤 방식으로 그 존재자들을 다루는지를 논구하는 것은 메타존재론의 영역에 있다. 실재론, 유명론, 규약주의, 허구주의 등이 이러한 메타존재론 체계에 해당한다. 메타존재론의 체계는 일반적으로 다음에 관한 프로토콜을 포함한다:

  • 1) 진리 체계는 무엇을 언급하는가?
  • 2) 진리 체계는 어떻게 그러한 언급을 승인하는가?
  • 3) 진리 체계는 왜 그러한 승인을 채택하는가?

“무엇”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입장들이 있어 왔다:

  • A 대상. 즉 어떤 개인 또는 공동체와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것들.
  • B 의식. 즉 어떤 개인 또는 공동체에게 드러난 바.
  • C 의미. 즉 어떤 개인 또는 공동체가 어떤 것에 대해 갖는 내포적 태도.

“어떻게”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입장들이 있어 왔다:

  • A 대응. 즉 언급 대상과 그것에 관한 믿음의 실질적 일치.
  • B 규정. 즉 언급 대상에 대한 선험적 원리에로의 짜맞춤.
  • C 규약. 즉 언급 대상에 관한 이해의 내용 제작.

“왜”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입장들이 있어 왔다:

  • A 소여. 즉 진리 체계의 언급 대상이 그 자체로 주어짐.
  • B 실용. 즉 진리 체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조작적 능력.
  • C 유희. 즉 진리 체계가 구성됨에 따른 자기 만족.

(이러한 세부 분류는, 내가 일전에 언급한 나의 지도 교수의 입장과 유사하지만, 그보다 더 촘촘한 분류를 요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예컨대 AAA의 방식을 채택하는 메타존재론은, 대상 존재론에 대해 채택 가능한 가장 강한 태도이다. 이를 두고 “강한 실재론”이라고 이름 붙이곤 한다. BBB는 하이데거나, (칸트식) 선험주의를 채택한 신실용주의자들에게 보이는 태도이다. CCC는 소쉬르-라깡 전통 아래 있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에게 종종 나타난다.

물론 그 외의 조합들이 역시 존재한다. 칸트의 선험주의는 ABA의 유형에 해당한다. 굿맨의 비실재론은 CBB에 가깝다. 전기 비트겐슈타인의 그림 이론이 CAA와 AAA 사이에 있다면,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게임 이론은 CBA와 CBB 사이 어딘가에 있다. 허구주의의 여러 형태들은 CAX 중 하나의 유형에 해당한다.

어떤 이론들은 회의주의를 허용한다. 예컨대 난 (헤겔적인 느낌에서) 관념론이 BAC 유형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유형은 유아주의로부터 스스로를 구하지 못함에 따라 회의주의를 허용한다. 또한 AXX 유형이면서 XAX 유형이 아닌 존재론은, 진리 체계에서 정당화된 진술이 그 언급대상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을지에 대해 회의하게 될 것이다. 칸트나 라이프니츠가 이러한 회의에 답하기 위해 새로운 형이상학을 논구했던 것으로 나에겐 보인다.

니체의 메타존재론 유형이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그는 CAB와, CCB, CCC를 동시에 이야기한다. 낙타의 단계와 사자의 단계, 어린아이의 단계가 각각에 해당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 중 어떤 단계를 옹호하려는 모습이 적어도 내게는 명백하지 못하다.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 그가 선제하는 유형은 AAA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은 때도 있다.

몇 입장들에 관해 “~사이에”라는 표현을 쓴 데에서 보이듯, 내 이러한 유형화는 아직 충분히 잘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대부분의 메타존재론적 태도는 위의 유형들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될 법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새로운 유형이 나온다면, 각 질문의 갈래가 확장되거나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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