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자면 마음으로

시를 쓰자면 마음으로 쓰지는 말자
마음으로는 어차피 쓰지 못 할 것 뿐이니

쓸 수 있는 것이거든 글이고 말 뿐이다
글로 쓰고 말로 쓰자 글로 쓰고 말자
마음으로 쓸 것은 마음에 남기자
정 남기지 못하겠거든 그리고 말아라

마음에 있는 것들 남기고 글을 쓴다
말로 남길 것들만 써서 시 한 편을
그리고 두 편 세 편 네 편
다섯 편을 써 엮고 묶고 다시 풀어도 보고

마음에 없는 것을 말하고 쓰고 읽고 보였다
말로 쓰고 말 것이 아니고서는 입을 닫았다

닫은 입 뒤로는 때로 쓴 맛이 난다
이게 아닌데, 내 마음에는 이런 것이 없는데
마음에 있지 않은 것을 말한다면 그게 다 무엇이냐
남겨 두기만 하고 평생 재워 둔다면 그것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이냐

쓴 것은 삼키기 싫어 다시 뱉고 나는 또 쓰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또 쓰고 다시 뱉는다
못 할 일이어도 이것 뿐이니
또 쓰고 다시 쓰고 쓰고 쓰고 한 번 뱉었다

시를 쓰자면 마음으로 쓰자
쓰지 못할 것이라 해도 읽고 쓸 것이다

뱉어 나온 입이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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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확정자 그리고 두 종류의 현실주의

가브리엘 콘테사는 이 논문에서 양상 현실주의를 '순한맛'(softcore) 현실주의와 '매운맛'(hardcore) 현실주의로 구별한다. 전자는 스톨네이커로 대표되는 전통적 현실주의이고, 후자는 성향주의로 대표되는 새로운 현실주의이다. 저자는 후자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에 대응하고 전자에 대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며 매운맛 현실주의를 옹호하고자 시도한다.

변화들: 다시 여는 말

블로그에 몇 가지 변화를 줬다. 1. 주소를 바꿨다(https://philtoday.kr). 보다 오랫동안 사용하고, 뉴스레터와 연계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계획하던 생각이다. 이에 맞추어 외부용 메일(wj@)과 뉴스레터용 메일(newsletter@) 역시 본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명함에 반영해야지. 2. 블로그 이름도 바꿨다. “백야”를 버리고 “오늘의 철학”으로 왔다. 사적인 공간의 이름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