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 Fine, “Vagueness, Truth and Logic”, Synthese 30 (1975), 265-300.
개요
이 논문([1])에서 키트 파인은 모호성vagueness을 위한 의미론을 전개한다. 엘리자베스 반스([2])에 따르면 이는 오늘날 가장 표준적인 모호성의 논리가 소개된 논문이다. 파인 특유의 엄밀함과 형식적 탄탄함을 고려할 때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파인의 보다 ‘논리학적인’ 작업들과 달리 ([1, p. 265]에서 말하듯) 최소한의 형식적 소개만을 제공하고 있으며, 같은 이유에서 논문 말미에 실린 무시무시한 부록 또한 없다. 어쩌면 좋은 일이라 하겠다.
모호성, 내지 의미론적 불확정성semantic indeterminacy은 우리가 빈번히 발견하는 현상이다. 가령 “대머리”의 적용 조건을 생각해 보라. 머리카락이 아예 없는 사람이라면, 이는 확정적으로 대머리이다. 또, 머리카락이 두부를 전부 덮을 정도로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면, 이는 확정적으로 대머리가 아니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두부의 절반만을 덮는다면 어떤가? 그를 대머리가 아니라고 한다면, 1/3 정도를 덮는다면 어떤가? 그조차 아니라고 한다면, 머리카락이 한 가닥만 있다면 어떤가? 어떤 식으로건 적절한 문턱threshold이 설정되었다고 치자. 가령, 머리카락이 이 할 정도를 덮는다면 대머리라고 하자. 그렇다면 20.0000001%를 덮는 사람은 19.9999999%를 덮는 사람과 달리 대머리가 아니게 되는가? 그러나 그 둘 사이의 외견 상 차이는 거의 없지 않은가?
비슷한 현상이 “붉은색”의 적용 조건에서도 발견된다. 650 nm 파장의 빛을 반사한다면, 이는 확정적으로 붉은색 표면일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조금 더 긴, 가령 750 nm 파장의 빛을 반사한다면 어떤가? 이를 어쨌던 붉은색이라고 부른다고 하자. 그래서, 〈\(x\) nm의 빛을 반사함〉 속성에 대해 \(x\leq 750\)인 경우를 붉은 색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문턱을 설정해 보자. 그렇다면 750.000000001 nm 파장의 빛을 반사하는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둘을 구별할 수조차 없으며, 그 어떤 정밀한 측정 기기도 둘을 확정적으로 구별해낼 수 없을 것이다.1 그렇다면 대체 우리는 어떤 이유로 750 nm가 확정적인 붉은색의 문턱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들이 인식적epistemic 또는 존재적ontic 사례가 아닌 의미론적 사례인 것은, 여기에서 문제되는 불확정성이 우리 낱말의 적용 조건에서의 모호성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외견 상 식별이 어렵거나 실재적인 차이가 불확정적인 경우에도2 의미론적 모호성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고, 그 역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개념이 외연적으로 잘 정의되어 인식적, 존재론적 여건과 무관히 외연이 개별화될 수 있는 경우가 전자에 해당할 것이며, 논의 대상들이 충분히 이산적임에도 분명한 문턱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 가령, 충분히 큰 사물들의 부분 집합에 “많다”를 적용하는 경우가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요약
서론 (pp. 265-267)
이 논문은 ‘모호성에 관한 올바른 논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는 나아간 질문인 ‘모호한 언어에 있어 올바른 진리 조건이란 무엇인가?’로 우리를 이끄는데, 이는 이어서 의미와 존재에 관한 보다 일반적인 고려에로 우리를 이끈다. (p. 265)
이 논문에서 “모호성”은 의미론적 개념으로 이해된다. 성기게 말해, 모호성이란 의미의 결여로, (내용의 결여인) 일반성, (인식적 결여인) 결정 불가능성undecidability, (동음이의성인) 애매성ambiguity과는 구분되는 것이다.
다음의 예를 보라:
\[\begin{align}
(1) & (a) && n\text{은 좋다$_1$} && \text{if }&&n>15\\
& (b) && n\text{은 좋지$_1$ 않다} && \text{if }&&n<13\\
(2) & (a) && n\text{은 좋다$_2$} && \text{iff }&&n>15\\
& (b) && n\text{은 좋다$_2$} && \text{iff }&&n>14\\
(3) & && n\text{은 좋다$_3$} && \text{iff }&&n>15
\end{align}\]
이 중 모호성의 사례인 것은 좋다1 뿐이다. 정의를 통해서는 그 의미가 과소결정되어underdetermined 있기 때문이다. 좋다2는 의미가 과대결정되어overdeterminded 있으므로 이는 애매성의 사례에 해당한다. 반면 좋다3은 상당히 일반적인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나아가, 이러한 개념에 관해 “좋은3 쌍둥이 소수는 무한히 있다”와 같은 문장은 애매하지도, 모호하지도 않지만 결정 불가능한 것이 될 것이다.3
모호성은 의미를 갖는 모든 표현 유형들에서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의미를 외연과 내포로 구별할 때, 우리는 외연적 모호성과 내포적 모호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며, 내포는 가능성을 통해 외연화될 수 있으므로 내포적 모호성이란 가능 외연의 모호성이 될 것이다.
외연적 모호성은 진리치 간극truth value gap과 맞닿은 문제이다. 모호한 문장이란 참도 거짓도 아닌 것이며, 술어의 경우 가령 \(Fa\)가, 이름의 경우 \(a=b\)가 참도 거짓도 아닌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모호한 문장을 참이면서 거짓인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이는 과소 결정과 과대 결정을 혼동한 것이다. 모호한 문장은 정밀화될precisified 수 있으며, 정밀화란 진리치를 보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모호한 문장은 참과 거짓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며, 따라서 원래 문장이 둘 다일 수는 없는 것이다.4
그러나 이러한 연관에도 불구하고 외연적 모호성은 진리치 간극을 통해 정의되어서는 안 된다. 진리치 간극은 지시나 선제presupposition의 실패에 따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하의 이론은 파인 자신의 최종적 이론은 아니다. 그는 이후 모호성에 관한 그의 이론을 “총체적 접근A Global Approach”이라는 이름 하에 상당 부분 개선했다. [5]는 이에 대한 간명한 소개를 제공한다.
1. 진리치 접근 (pp. 267-271)
진리치 간극의 가능성은 진리 조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고전적 진리 조건은 양가성을 선제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참도 거짓도 아님’이나 ‘불확정적임’ 따위를 제삼의 진리치로 추가할 유인이 발생한다.
이에 관한 세부 사항을 고찰하기 위해 모호성을 포함할 수 있는 일차 언어 \(\mathcal{L}\)을 고려하자. \(\mathcal{L}\)의 모호성은 세 원천을 갖는다: 술어, 이름, 양화사. 단 논의의 단순화를 위해 술어만이 모호하다고 가정하자.5 또, [타르스키적] 만족을 논의에서 배제하기 위해 도메인 내의 모든 대상들이 이름을 갖는다고 가정하자.
이제 \(\mathcal{L}\)에서의 부분적 명시specification로, 원자 문장들에 대해 \(T\)(참임), \(F\)(거짓임), \(I\)(불확정적임)의 진리치를 할당한다고 하자. 어떠한 명시가 ‘적절한apprpriate’ 것은 그 할당이 우리의 직관과 일치하는 경우이다. 이제 \(\mathcal{L}\)의 문장들은 적절한 명시에 기초해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평가는 진리 함수적인데, 각 유형의 복합 문장들의 진리치가 그 하위 문장들의 진리치에 대한 단형 함수uniform function라는 점에서 그렇다.
진리 조건은 두 자연스러운 제약을 만족해야 한다. 하나는 그것이 적용 가능한 한 고전적 진리 조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명시가 ‘완전한complete’ 경우는 그것이 확정적 진리치 \(T\)와 \(F\) 중 하나만을 할당하는 때라고 하자. 우리의 충실성 조건 (F)는 다음과 같다: \(s\)가 완전한 명시에서 참 또는 거짓이다 iff \(s\)가 고전적으로 참 또는 거짓이다.
두번째 제약은 확정적 진리치가 진리치의 개선improvement 하에서도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명시 \(u\)가 명시 \(t\)의 확장인 것이, \(t\)에 의해 할당된 모든 확정적 진리치를 원자 문장들에 할당하는 때라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의 안정성 조건 (S)는 다음과 같다: \(s\)가 \(t\) 하에서 확정적 진리치를 갖는다면, \(t\)의 확장인 어떠한 \(u\)에 대해서도 동일한 확정적 진리치를 갖는다.
두 제약은 하나로 엮여 있다: 부분적 명시에 있어 확정적 진리치는 이에 대한 어떠한 완전한 확장에 대해서도 고전적 평가를 유지한다. 실제로, 두 제약은 고전적인 필연적 참 및 거짓 조건에 대해 동치이다:\[\begin{align}
(i) &\vDash\neg B &&\Rightarrow &&\Dashv B\\
&\Dashv\neg B &&\Rightarrow &&\vDash B\\
(ii) &\vDash B\land C &&\Rightarrow &&\vDash B\text{이고 }\vDash C\\
&\Dashv B\land C &&\Rightarrow &&\Dashv B\text{이거나 }\Dashv C
\end{align}\]
그러나 조건 (F)와 (S)는 확정적 진리치들을 올바르게 자리짓는 데에 실패한다. 분홍과 빨강의 사이에 위치한 어떤 덩어리가 있어서, \(P\)는 “그 덩어리는 분홍색이다”를, \(R\)은 “그 덩어리는 빨간색이다”를 의미한다고 하자. 이 때 \(P\land R\)은 거짓인데, “분홍색이다”와 “빨간색이다”는 반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F), (S)를 따르는 어떤 해명이 그것이 모호한 하위 문장을 갖는다면 불확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하자.6 그렇다면 \(P\land R\)은 불확정적이어야 한다. (모순.)
두 논제와 무관히 삼치적 접근 일반에 대한 논증을 제기할 수도 있다. \(P\land P\)는 불확정일 텐데, 이는 \(P\)와 동치여야 하기에 그렇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불확정적인 두 문장의 연언인 \(P\land R\)은 불확정적이지 않다. 이는 “\(\land\)”를 진리함수적이지 않게 만들고 만다. (다른 진리 함수적 문장 연결사들에 대해서도 유사한 논증이 적용될 수 있으며, 이는 어떠한 \(n\)치 논리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불확정적 문장들 간에 성립할 수 있는 논리적 관계를 “반영(半影)적 연관penumbral connection”이라고 하자. 아울러 반영적 연관으로부터 만들어진 진리치를 “반영 상의 진리truths on a penumbra” 또는 “반영적 진리”라고 하자. 이제 상기의 논증에 대해, 우리는 자연스러운 진리치 접근은 반영적 진리에 대한 적절한 이론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 대안적 이론틀 (pp.271-278)
이제 또다른 모호한 술어인 “작다”를 추가적으로 생각해 보자. “그 덩어리는 분홍색이고 빨강색이다”가 거짓이지만 “그 덩어리는 분홍색이고 작다”는 불확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은 어떠한 정밀화가 “분홍”과 “빨강” 양자에 대한 명확한 분리를 제공할 수 있지만 “분홍”과 “작음”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리라는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즉, 진리치에서의 차이는 술어가 정밀화될 수 있는 방식에서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론틀을 통해 보다 정밀해질 수 있다. (명시) 공간(specification space)은 명시점specification points들의 비공허 집합과 집합 상의 부분 순서 \(\geq\)(“확장한다”)로 구성된다. 어떠한 공간이 적절한 것은, 각 점들이 정밀화와 일대일 대응을 이루는 때이다. 이제 아주 간단히 말해, 명시들은 정밀화 그 자체로, 부분 순서는 정밀화들 간의 자연스러운 확장 관계로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제안은 진리치 평가에 기초해 있되, 적절한 명시가 아닌 적절한 명시 공간에 기초해 있는 것이 된다. 진리치 평가는 단형적인 것이 될 텐데, 주어진 하위 문장이 참 또는 거짓인 명시점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적절성에 대한 이러한 해명은 정밀화에 대한 내포적 개념을 취한다. 엄격한 외연적 해명은 이를 여러 방식으로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단순한 경우는 명시점들을 명시와 동일시하는 것이겠다. 결과적으로, 명시 공간은 자연스러운 확장 관계에 따라 순서지어진 명시들의 집합이 된다. 어떠한 공간이 적절한 것은 그 명시들이 허용 가능한 것일 때이다. 엄밀하지 않게 말해, 어떠한 명시가 허용 가능한 것은 그것이 어떤 정밀화에 대해 적절한 때이다; 엄밀하게 말해, 허용 가능성은 원초적 개념이다.
명시 공간에 대해 여러가지 조건이 부과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적절한 명시점으로서 기초점base point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 외의 모든 정밀화들을 확장으로 갖는 정밀화에 대응된다. 다른 것은 완전화 가능성completeability 논제 (C)이다. 이는 어떠한 점이든 동일한 공간의 완전한 점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논제이다: \(\forall t\exists u_{\geq t}(u\text{가 완전하다})\).
진리 정의에 대해 부과될 수 있는 조건들도 있다. 그 중 주된 것은 충실성 조건과 안정성 조건을 적절히 수정한 것이다. 충실성 조건 (F*)에 따르면 완전한 점에서의 진리치는 고전적이어야 한다: \(t\text{가 완전할 때, }t\vDash A\iff t\vDash_{\text{고전}} A\). 안정성 조건 (S*)에 따르면 진리치는 주어진 공간에서 점의 확장들에 대해 보존되어야 한다: \(t\geq u\Rightarrow (t\vDash A\iff u\vDash A)\).
진리치 접근에서와 같이, 서로 다른 명시에 대해 어떻게 진리치를 매겨야 할지에 관한 문제가 있다. 최대화하는 접근에서, 이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어떠한 문장이 어떠한 부분적 명시에서 참 또는 거짓인 것은 그것이 모든 완전한 확장에서 참 또는 거짓인 때/뿐이다. 어떠한 문장이 단적으로 참인 것은 그것이 모든 적절한 명시점에서 참인 때/뿐이다. 진리란, 높은 차원에서의 진리인 초진리가 된다.
진리치 접근과 달리, 여기에서는 다수의 흥미로운 매개적 진리 정의가 있게 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문장 연결사 및 양화사들에 대한 직관주의적 조건으로부터 따라나오는 유사 직관주의적bastard intuitionistic 해명이다. 양화 도메인의 모든 원소에 대해 그 이름이 있다고given that the domain of quantification is constant 할 때, 이는 다음과 같아진다:\[\begin{align}
\text{I}&(i)&&t\vDash\neg B&&\iff&&\forall u_{\not\geq t}u\vDash B\\
&(ii)&&t\vDash B\land C&&\iff&& t\vDash B\text{이고 }t\vDash C\\
&(iii)&&t\vDash B\lor C&&\iff&& t\vDash B\text{이거나 }t\vDash C\\
&(iv)&&t\vDash B\supset C&&\iff&&\forall u_{\geq t}(u\vDash B\Rightarrow u\vDash C)\\
&(v)&&t\vDash \exists xBx&&\iff&&\text{어떤 이름 $a$에 대해, }t\vDash Ba\\
&(vi)&&t\vDash \forall xBx&&\iff&&\text{모든 이름 $a$에 대해, }\forall u_{\geq t}\exists v_{\geq u}v\vDash Ba
\end{align}\]
이는 진리 조건의 측면에서 경쟁적 접근과 두 공통점을 갖는다. 하나는 진리치 평가 절차가 단형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적절한 형태의 안정성이 만족된다는 것이다. (중략) 진리 조건에 대한 두 조건은 요건들에 대해 일치하지만, 어떻게 그 요건들이 충족되는지에 대해서는 차이난다. (중략)
3. 초진리 이론 (pp. 278-283)
이 절에서 우리는, 모호한 문장이 참인 것은 그것이 허용 가능하고 완전한 모든 명시에서 참인 때라는, 초진리 이론을 논증할 것이다. 이 이론의 내포적 형태는, 어떠한 문장이 참인 것이 그것이 이를 완전히 정밀하게 만드는 모든 방식에 대해 참이라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비현학적 원리principle of no-pedantry이다: 진리는 그 의미를 바꿔놓지 않는 한 보전된다. 의미의 결여가 진리치의 결여를 야기하는 것은 의미의 현존이 진리치의 다양성을 야기할 수 있는 때뿐이다.
이 이론은 고전적 입장을 부분적으로 참이게 한다. 진리 조건은, 고전적이지 않을 경우 처분을 통해 고전적이게classical at a remove 되기에 그렇다. 한편 여기에는 진리를 고전적 진리에 연결짓는 하나의 규칙이 있는데, 그것은 곧 진리란 해석 집합 각각에서의 진리라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 규칙이며 언어나 해석의 본성에 의존하지 않는다. 실제 작업은 단일한 해석 하에서의 참에 대해 이루어질 것이며, 따라서 이는 고전적이다.
초진리 관점은 다른 관점보다 적어도 두 이유에서 낫다. 하나는, 이것이 반영적 연관의 모든 사례를 포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P\land R\)은 거짓이고 \(P\lor R\)은 참인데, 어떠한 완전하고 허용 가능한 명시에서도 \(P\)와 \(R\) 중 하나는 참, 하나는 거짓이기에 그렇다. 반면 유사 직관주의적 해명에서 전자는 거짓이지만 후자는 불확정이다.
실지로, 초진리 관점만이 모든 반영적 진리를 잘 다룰 수 있다고 논증할 수 있을 수도 있겠다. 다음의 절들을 고려해 보라:\[\begin{align}
\text{A}&(i)&&\text{not-}t\vDash A&&\Rightarrow&&\exists u_{\geq t}u\Dashv A\\
& &&\text{not-}t\Dashv A&&\Rightarrow&&\exists u_{\geq t}u\vDash A\\
&(ii)&&t\vDash\neg B&&\iff&& t\Dashv B\\
& &&t\Dashv\neg B&&\iff&& t\vDash B\\
&(iii)&&t\vDash B\land C&&\iff&& t\vDash B\text{이고 }t\vDash C\\
& &&t\Dashv B\land C&&\iff&&\forall u_{\geq t}\exists v_{\geq u}(v\Dashv B\text{이거나 }v\Dashv C)\\
&(iv)&&t\vDash\forall xBx&&\iff&& \text{모든 이름 $a$에 대해, }t\vDash Ba\\
& &&t\Dashv\forall xBx&&\iff&&\text{어떤 이름 $a$에 대해, }\forall u_{\geq t}\exists v_{\geq u}v\Dashv Ba
\end{align}\]
(i)절은 다음과 같은 해결 조건Resolution Condition (R)이다: 불확정 원자 문장은 정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 필연적 참 및 거짓 조건의 목적은 모든 진리 함수적 규약들pledges이 환원되게 하기to be redeemed 위함이다.
\(\land\)와 \(\forall\)의 거짓에 대한 가능한 예외와 더불어 각 절들은 받아들일 만하다. 그런데 이 절들은 “이 덩어리는 분홍색이고 빨간색이다”나 “모든 왕위 찬탈자들은 정당한 군주이다”와 같은 반영적 거짓에 관해 해명할 것을 요구받는다. (F), (S), (C)와 더불어 A 절들은 초진리 해명과 동치가 된다.7 따라서 반영적 연관에 대한 주장은 이 관점을 받아들이게끔 한다.
초진리 관점을 선호할 두번째 이유는, 이것이 최적화된 전략을 따른다는 데에 있다: 주어진 제약 하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라. 이 이론은 제약 (F), (S), (C)에 대해 참과 거짓의 양을 극대화한다. (R)은 모든 문장에 대해 성립해야 하며, 따라서 어떠한 불확정 문장이건 해소될 수 있다. 이제 초진리 해명은 네 조건 (F), (C), (S), (R)을 만족하는 유일한 해명이다. 따라서 불확정성에 올바른 값을 매기기 위해서는 이 관점을 수용하게끔 된다.
혹자는 앞에서의 논증에 대해, 이것이 받아들임 직하지 못한 완전성 논제를 선제한다며 반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조건을 위한 완벽히 선험적인 논증이 있다. 허용 가능한 명시의 사슬chain에 대한 극한점limit이 또한 허용 가능하다고 가정하자. 이는 반영적 연관에 대한 약간의 제약이다. 그렇다면 초른의 보조정리8에 따라, 허용 가능한 모든 명시는 최대 허용 가능 명시로 확장될 수 있다. 이제 가정하기로, 각 원자 문장이 둘 중 한 방식으로 언제나 고정될settled 수 있다고 하자. 이는 약한 형태의 해결 논제이다. 이로부터 따라나오는 바는, 최대 허용 가능 명시는 완전하다는 것이다.9
(중략)
완전성 논제에 대한 반론은 사실 모호한 문장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관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우리는, 진리치를 결정하기 위해 그 존재가 필수적인, 완전하고 허용 가능한 명시들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는 세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주어진 술어를 완벽히 정밀하게 만드는 술어들 각각을 우리가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호한 문장의 도식 “\(a\)는 \(R\)이다”에서 \(R\)은 완벽히 정밀한 술어들의 자리가 된다. 이로부터 우리는 완전하고 허용 가능한 명시들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이에 대한 주된 반론은, 모호한 술어를 이해함에 있어 우리는 이를 완벽히 정밀화한 술어들을 모두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겠다.
두번째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허용 가능하고 완전한 모든 명시들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이제 모호한 문장은 “\(a\)는 \(R\)이다”라는 열린 문장이 되어, 이 때 \(R\)은 가령 “빨닿다”의 완전하고 허용 가능한 확장들에 사상된다. 이 해명에서의 문제는 “허용 가능한”이 비외연적 존재자에 대한 숨은 양화를 포함하게 된다는 것이다. 허용 가능한 명시란 어떤 정밀화에 대해 적절한 것이어야 하기에 그렇다.
그렇다면 세번째 가능성은, 우리가 모든 완벽한 정밀화들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이제 모호한 문장은 “\(a\)는 \(R\)이다”라는 열린 문장이 되어, 이 때 \(R\)은 가령 “빨갛다”를 정밀화하는 모든 속성들에 사상된다. 완벽한 속성이란 개별적으로가 아닌, 통째로 파악된다.
이 해명에 대한 주된 반론은 특정한 종류의 모든 속성을 파악하기 위해 원칙상 그러한 속성에 대응되는 하나의 술어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다. 그러나 우리는 도메인 내의 대상들을 명시할 수 없더라도 도메인 상에서 양화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반론은 적절하지 않다.]
상기한 해명은 애매성과의 연관 및 대비를 보여준다. 모호한 문장과 애매한 문장은 유사한 진리 조건의 대상으로, 모호한 문장이 참인 것은 모든 완전한 정밀화에서 참인 때/뿐이고, 애매한 문장이 참인 것은 모든 탈애매화에서 참인 때/뿐이다. 여기에서 유일한 형식적 차이란 정밀화란 무한하거나 심지어는 불확정적일 수 있으며, 반영적 연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겠다. 모호함은 거대한 규모에서의 애매성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밀화와 탈애매화를 파악하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애매성은 첫번째 해명과 일치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탈애매화들은 구별되어 있고, 애매한 문장을 발화하는 것은, 각각의 탈애매화를 발화하는 것이다. 모호성은 세번째 해명과 일치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중략): 모호한 문장을 발화하는 것은, 그 정밀화들 일반을 발화하는 것이다. (후략)
4. 모호성의 논리 (pp. 283-287)
이제 진리 조건에 관한 논의를 마치고, 논리의 문제로 돌아와 상기의 분석이 타당성과 귀결 개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 보자.
진리치 접근에서, 어떤 식이 참인 것은 그것이 모든 명시에 대해 지정값을 갖는 경우였다. \(T\)가 유일한 지정값이라면, (F), (S)를 따르는 해명 하에서 어떠한 식도 타당하지 않게 된다. 만일 \(T\)와 \(I\)가 지정값이라면, 타당성은 두 조건을 따르는 어떠한 해명에서든 고전적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진리치 접근은 고전적 논리와 사소한 논리 중 하나만을 이끈다.
(중략)
명시 공간 접근에서, \(A\)가 타당한 것은 그것이 모든 명시 공간에서 참일 때이며 \(B\)가 \(A\)의 귀결인 것은, 임의의 명시 공간에 대해, \(A\)가 참이라면 언제나 \(B\)가 참인 때이다. 이 접근은 다양한 논리를 제공한다. 유사 직관주의 적 진리 조건은 직관주의 논리에 대한 약간의 확장을 제공하며, 초진리 및 상기의 해명은 고전 논리를 제공한다. (중략) 초진리 이론은 진리에 대해서만 차이를 만들지, 논리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모호성에 관한 특수한 논리가 없다고 견지할 수 있겠는가? 이에 관한 두 반론을 살펴 보자.
첫번째 반론은 모호한 문장에서 배중률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반론은 두 가정에 기대어 있다. 하나는 선언과 부정에 대한 고전적인 필연적 진리 조건이 올바르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배중율과 양가 원리가 따라나온다. 두번째 가정은 경계선 사례들이 진리치 없는 문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정으로부터, 그러한 문장들에 대해 배중률이 실패함이 따라나온다.
그러나 이 논증은 동음이의어의 오류에 빠져 있다. 만일 진리가 초진리라면, 선언과 부정의 필연적 진리 조건은 실패한다.10 반면 진리가 완전한 명시에 상대적이라면 진리 조건은 성립하지만 진리치 간극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11
(중략)
두번째 반론은 고전적 해법이 소리테스 역설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소리테스 역설에 대한 설명을 생략.) 그러나 초진리 관점에서, 소리테스 역설의 두번째 전제[\(p_n \supset p_{n+1}\) 꼴의]는 거짓이다. “대머리이다”에 대한 어떠한 완전하고 허용 가능한 명시에 대해서도 머리의 분포수 \(n\)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략)
적어도 고전 언어에 대해서는, 초진리 관점에서 어떤 특별한 모호성 역설도 일어나지 않음을 지적해 둘 필요가 있겠다. 이유는 이렇다. 직관적으로 거짓인 \(B\)가 직관적으로 참인 \(A\)의 귀결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어떤 완전하고 허용 가능한 명시에서, \(A\)는 참이고 \(B\)는 거짓일 것인데, 이는 2차 언어에서의 고전적 역설이 된다. 이 역설은 완전한 명시에 대응되는 술어가 있는 한에서 원래 언어의 수준에로 옮겨질 수 있다.12 (후략)
5. 고차 모호성 (pp. 287-298)
모호성의 또다른 특징은 고차 모호성이다. 모호한 것은 그 자체로 모호할 수도, 또는 모호하게 모호할 수도, 또는 …, 있다.
모호성의 이러한 특징은 연산자 \(D\)(“확정적으로”)를 통해 표현될 수 있다. 이제 연산자 \(I\)(“불확정적으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IA\defeq\neg DA\land\neg D\neg A\). 이제 \(I^n Fa\)는 \(a\)가 \(F\)의 \(n\)차 경계선 사례임을 의미하게 된다.
어떻게 고차 모호성을 특징지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두 형태의 동치인 질문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첫째로, 확정 연산자를 포함하는 언어의 진리 조건이란 무엇이겠는가? 둘째로, 진리 술어의 위계를 포함하는 언어의 진리 조건이란 무엇이겠는가? 첫번째 질문에 답하기 위해, \(\mathcal{L}’\)이 원래 언어 \(\mathcal{L}\)에 연산자 \(D\)를 추가해 확장한 것이라고 하자.
진리치 접근에서, \(D\)는 다음을 만족해야 한다:\[\begin{align}
\vDash DA&&\iff&&\vDash A\\
\Dashv DA&&\iff&&\not\vDash A
\end{align}\] \(\mathcal{L}’\)은 더이상 (S)를 만족하지 않게 된다. (중략)
명시 공간 접근에서, \(D\)는 다음을 따른다: \(w\vDash DA\iff w_s\vDash A\) (단, \(w_s\)는 기초점). 이 경우 안정성 조건은 확장된 언어에서도 성립한다. 다만, 안정성의 올바른 형태는 다음과 같아진다: \(\text{공간 $S$에 대해 }w\vDash A\text{이고 공간 $R$에 대해 }w\leq v\Rightarrow v\vDash A\) (단, \(R\)은 \(S\)에서 \(v\)를 기초점으로 해 얻어진 공간). 이제 \(B\)는 \(w\)에서는 불확정적이지만 \(v\)에서는 참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내적 안정성은 성립하지만, 외적 안정성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13
(중략)
이제 고차 모호성이 \(D\)의 진리 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아야겠다. 진리치 접근에서, 우리는 더이상 \(T\)/\(F\)/\(I\)의 3분법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따라서 \(D\)는 세 진리값의 측면에서는 진리 함수적이지 않게 된다.
(작성중… 그러나 이하 부분은 영영 업데이트 되지 않을 수도 있음.)
참고 문헌
[1] Fine, Kit. 1975. “Vagueness, Truth and Logic”, Synthese 30: 265-300.
[2] Barnes, Elizabeth. 2010. “Ontic Vagueness: A Guide for the Perplexed”, Noûs 44.4: 601-627.
[3] Evans, Gareth. 1978. “Can there be vague objects?”, Analysis 38.4: 208.
[4] Lewis, David. 1993/1999. “Many, but almost one”, in Papaers in metaphysics and epistemology, 164-182. Cambridge University Press. (First published in Keith Cambell, John Bacon & Lloyd Reinhardt (eds.), Ontology, Causality and Mind: Essays on the Philosophy of D. M. Armstrong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3), 23-38.)
[5] Fine, Kit. 2020. Vagueness: A Global Approach (The Rutgers Lectures in Philosophy). Oxford University Press.
각주
1. 다만 이는 의미론적 모호성이 아닌, 인식적 모호성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므로 여기에서의 논점과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사례가 “붉다”의 적용 조건을 불확정적이게 만든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2. 후자에 해당하는, 이른바 형이상학적 모호성이 납득 가능한 개념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가령 에반스([3])는 그의 짧은 논문에서, 동일성 문장의 모호성은 모순적 귀결을 낳는다고 주장하며, 루이스([4, p. 170])는 형이상학적 모호성의 개념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일단의 주제와는 무관한 것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3. 파인 자신은 이것이 나름 명료한 사례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과연 이것이 명료한 사례인지는… 전혀 분명하지 않다. 고차 모호성
4. 연산 \(\mathcal{O}\)가 진리치를 보존하려면, \(\varphi\)가 참일 때 \(\mathcal{O}(\varphi)\)가 참이고 \(\varphi\)가 거짓일 때 \(\mathcal{O}(\varphi)\)가 거짓이어야 한다. 따라서, 주장되는 바처럼 모호한 문장 \(v\)가 참이면서 동시에 거짓이라면 정밀화 \(\mathcal{P}\)에 대해 \(\mathcal{P}(v)\)는 참이면서 거짓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밀화는 그런 식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v\)가 참이면서 동시에 거짓이라는 가정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5. 여기에서 파인은 다른 두 원천으로 인한 모호성이 결국 술어의 모호성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름의 모호성은 상응하는 술어(아마도, \(\lambda x(a=x)\))의 모호성으로 환원될 수 있으며, 양화사의 모호성은 정밀한 도메인을 외연으로 갖는 상대화된 양화사들의 경우로 대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6. 하위 문장에도 불구하고 복합 문장이 확정적 진리치를 갖게 하는 해명의 문제에 관해서는 [1, 269]를 참조하라.
7. 즉, A는 받아들일 만한 논제들인데 F, S, C와 더불어 반영적 허위에 관한 해명을 구성하고, 이 때 이는 초진리 관점과 동치가 된다는, 따라서 초진리 접근을 받아들일 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8. 초른의 보조정리는 다음과 같다: 모든 사슬에 대해 상한을 갖는 부분 순서 집합은 적어도 하나의 최대 원소를 갖는다.
9. 즉,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확실히 참인 명제가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 한, 완전성 논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10. 즉, 초진리에 있어서는 첫번째 가정이 실패한다.
11. 즉, 명시 상대적 진리에 있어서는 두번째 가정이 실패한다.
12. 여기에서의 의문은 철학자들의 언어에 관한 것으로 남는다. 철학의 언어는 총체적 언어여야 할 것이 그럼직하다. 철학의 언어가 분야에 따라 파편화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철학의 언어에는 파인의 언어에 대응되는 술어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철학의 언어는, 직관적으로는, 세계에 관해 진술할 수 있어야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파인의 언급은, 철학의 언어에서 발생하는 모호성은 고전 논리 하에서의 모호성 해명을 통해 해명될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 된다. 이에 관한 파인의 응답은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13. 즉, 2차 모호성을 모형에서 표상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외연상 동일하지만 서로 다른 기초점을 갖는 다수의 공간들로 이루어진 2차원 공간을 모형에 도입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