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금호강

버스는 사람도 없이 갔고
모두가 잠든 새벽에도 시간은 흘렀다

텅 비어버린 그 교회당의 철탑
철탑을 감싸는 조명들
흰 빛은 다리 위에 닿고

“어린 때 동무들 /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 나는 무얼 바라 / 나는 다만, 홀로 沈澱하는 것일까?”

쉽지도 않은 시를 윤동주를 빌려 쓴다
(아니다 동주에게 빌어 쉽게 시를 썼다)

강을 건너며 무심코 돌린 고개
눈에 들어온 흰 빛의 철탑
다른 이름을 달고 선 고향
빈 교회당 안에서도 시간은 흐를 터이다

해가 뜨지 않아도 닭은 운다
허여멀건한 눈빛이 무언가를 보았나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왕관 쓴 이는 그의 고개를 젓고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

지나간 모든 것이 그러하듯
영혼을 던져 강물에 띄우다.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