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in read

비합리성의 옹호자들

어떤 사람들이 말한다. 서구 합리성의 역사는 이러저러한 역사적 악행을 정당화시켰다. 따라서 합리성의 거부가 요구된다. 비합리성을 통한 정치와 예술만이 구원한다. 합리적 기획에는 선한 것이 없다.

그들의 결론을 어떻게 맞다고 할 수 있는가? 근거를 통한 옹호 가능성을 보아야만 여부를 알 수 있다. 요컨대, 그들에겐 역사적 검토가 그 근거이다. 또한 당대의 사상으로부터 합리적 논증을 해 악이 발생했음이 그 근거이다.

하지만 이러한 근거를 대는 순간 그들 역시 합리성에 의존하는 셈이 된다. 넓은 의미에서 합리성이란 납득 가능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반면 합리성에 의존하지 않으면 그들의 주장을 검토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그들은 해소 불가능한 딜레마에 있는 것이다. 두 길만이 가능한데, 한 길은 자기모순적이며 다른 길은 정당화될 수 없다.

차라리 합리성을 인정해 버리면 된다. 충분히 합리적으로 사고하되, 어떤 주장이 정말 불가피하게 악한 귀결을 낳는다면 그 주장을 거부하면 된다. 합리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무런 이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