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사 변이가 갖는 난점들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식은 비구조적 사실(u-facts)의 계열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루이스가 제안했듯 사실의 외연을 그 사실이 성립하는 가능세계의 집합으로 간주할 때 가능하다. 명제의 내포를 그 명제가 참인 가능세계의 집합으로 환원하듯 말이다. 허쉬가 이 가능성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순간 든 의문은, 비구조 이론 전략을 사용하는 양화사 변이의 옹호자는 (내가 ‘종적’ 다원주의라고 부르는) 담론에 따른 양화사 다수성 외에도 (내가 ‘횡적’ 다원주의라고 부르는) 존재자의 범주에 따른 양화사 다수성을 인정해야 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가능세계들을 근원적 존재자로 상정하고 그것으로 사실들을 환원한다면 가능세계들에 대해서는 양화사 변이가 성립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나아가 (적어도 가능세계를 논역으로 할 때 양화사 변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양화에 관한 최대주의자들에게 양화사 변이 논제를 내어줄 위기를 초래한다.
그리고 보다 나아가 생각하자면 비구조적 사실을 가능세계를 통해 해명하는 것은 사실에 관한 총체적인 비구조 이론을 불가능하게 한다. 적어도 가능세계에 관한 사실은 구성적이고 구조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양상적 사실들 또한 그 사실이 성립하는 가능세계들에로 사상될 수 있어야 할 텐데, 표준적인 양상 공리계인 S5 공리계에서 양상적 사실은 필연적 사실이므로 모든 양상적 사실은 같은 외연을 지니게 되고 결국 양상적 사실들이 구별될 수 없게 된다. 이는 순환적이거나, 설명력을 잃거나 둘 중 하나의 길로 나아간다.
아무래도 교수님께 루이스의 양상 이론과 비구조적 사실 사이에 생기는 이 의아함을 여쭈어야겠다. 양화사 변이를 더 연구하기 위해서도 이 문제는 나에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