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자면 마음으로

시를 쓰자면 마음으로 쓰지는 말자
마음으로는 어차피 쓰지 못 할 것 뿐이니

쓸 수 있는 것이거든 글이고 말 뿐이다
글로 쓰고 말로 쓰자 글로 쓰고 말자
마음으로 쓸 것은 마음에 남기자
정 남기지 못하겠거든 그리고 말아라

마음에 있는 것들 남기고 글을 쓴다
말로 남길 것들만 써서 시 한 편을
그리고 두 편 세 편 네 편
다섯 편을 써 엮고 묶고 다시 풀어도 보고

마음에 없는 것을 말하고 쓰고 읽고 보였다
말로 쓰고 말 것이 아니고서는 입을 닫았다

닫은 입 뒤로는 때로 쓴 맛이 난다
이게 아닌데, 내 마음에는 이런 것이 없는데
마음에 있지 않은 것을 말한다면 그게 다 무엇이냐
남겨 두기만 하고 평생 재워 둔다면 그것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이냐

쓴 것은 삼키기 싫어 다시 뱉고 나는 또 쓰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또 쓰고 다시 뱉는다
못 할 일이어도 이것 뿐이니
또 쓰고 다시 쓰고 쓰고 쓰고 한 번 뱉었다

시를 쓰자면 마음으로 쓰자
쓰지 못할 것이라 해도 읽고 쓸 것이다

뱉어 나온 입이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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