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론의 어떤 문제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남겨 둔다. 유명론의 주장을 “종이나 속성 등의 보편자는 오직 그것으로 불리우는 존재자의 집합일 뿐이다.”(이 주장은 외연주의 의미론과도 상통한다.

그러나 이 주장이 그릇된 사례가 있다. 두 문장 “돼지는 네발동물이다”와 “돼지들이 집단폐사했다”를 생각해 보자. 두 문장에서는 “돼지이다”라는 술어가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한편 유명론자는 두 술어의 의미가 같으므로 그들이 동일한 집합을 표현한다고 할 것이다. 이 주장이 문제가 된다. 후자는 분명 돼지로 지시되는 외연 집합에 관한 문장이다. 전자는 그렇지 않다. 이는 현존하는 돼지뿐 아니라 모든 생물학적 돼지에 관한 진술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전자와 후자에 있어 “돼지이다”는 각각 자연종 술어와 집합 술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두 술어의 의미는 동일하다. 유명론 테제가 참이라면 두 사용은 동일한 집합만을 가리킬 것이다. 그러나 둘은 하나의 집합에 대한 연상값으로 환원될 수 없다. 따라서 유명론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는 수학적 존재자에 있어서도 유사하게 있는 사례이다. F: X->Y에 대해 F={(1,0), (3,7), (a,b)}라고 쓰면 F는 집합명인데 반해 “F는 일대일 사상이다”라고 쓰면 F는 그 사상의 이름이다.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어떤 술어가 자연종 술어이냐 아니냐, 가 아니라 자연종으로 사용되었냐 아니냐, 를 따져야 한다”라는 것이다. 자연종에 관한 사고실험을 구성할 때에도 이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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