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존재자

H가 이렇게 말했다. 존재는 존재자가 아니다, 또는 서구 존재론은 존재자들만을 탐구했다. 존재는 초월이고, 존재는 드러남이다. H의 어떤 추종자들은 이것을 아주 심오한 철학적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그다지 심오한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진술이 담는 주장 자체는, 존재의 개념이 외연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것, 존재는 존재자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 등이다.

만약 이 주장으로부터 무언가 심오한 철학적 주장을 찾을 수 있다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존재는 이미 한 현상이 갖는 이러저러한 특질로 정당화되는 특성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속성이다. 즉 칸트의 존재 분석이 틀렸다. (그러나 H가 대체 이렇게 주장을 하는 것일까?) 또는, 존재는 드러난 무엇이다. 즉 현상학적 테제이다. 그러나 이는 존재론적 개입에 관한 주장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가지 심오하지 않다.

H의 이 주장들은 원론적인 것에 불과하다. 철학 개론만 듣더라도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정작 그의 주장에 해당하는 것은 서론 이후에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이 썩 설득력있는지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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