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양'

  • 역설이란 두 방식으로 해소될 수 있다. 하나는, 역설을 일으키는 진술들이 그 명제차원에서는 모순되지 않음을 규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진술들 중 하나 또는 몇몇을 제거함에 따라 모순을 제거하는 것이다. 전자는 사실, 일관된 진술 집합 및 그것을 비일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사고 사이의 대립에서 후자를 제거하는 것에 해당한다. 결국 역설의 해소는 모순의 제거이다.
  • 초기 분석철학자들은 철학의 과제를 ‘명료화’라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명료화란 단지 그 외연에 대한 엄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다. 모호하거나 혼란한 개념을 제거하거나, 수정하거나, 분류함을 통해 개념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재편하는 작업이다.
  • 이른바 ‘개념공학’을 수행한다는 이들은 모순을 함축하거나 정치적으로 문제적인 등 내/외적으로 문제적인 개념을 제거하고, 나누고, 재정의함을 통해 그 개념이 낳는 문제를 제거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이 주장하길, 이러한 제거의 작업은 개념의 외연 자체를 바꾼다는 점에서, 세계 자체의 재편이다.

이 이야기들에서 공통된 주제는 대립하는 두 생각을 둔 뒤 하나를 지우거나, 둘 모두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지양’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되는 과정이었다. 다만 이전에 지양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이 세계에 대한 정신의 파악에 관한 문제로 이야기되고 있었다면, 여기에서는 그 지양의 작업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 논구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결국 러셀은 헤겔의 현현이었을까?). 그런데 이런 능동적 작업은 어떻게 그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 내공이 부족한 탓에 답을 못 하겠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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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확정자 그리고 두 종류의 현실주의

가브리엘 콘테사는 이 논문에서 양상 현실주의를 '순한맛'(softcore) 현실주의와 '매운맛'(hardcore) 현실주의로 구별한다. 전자는 스톨네이커로 대표되는 전통적 현실주의이고, 후자는 성향주의로 대표되는 새로운 현실주의이다. 저자는 후자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에 대응하고 전자에 대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며 매운맛 현실주의를 옹호하고자 시도한다.

변화들: 다시 여는 말

블로그에 몇 가지 변화를 줬다. 1. 주소를 바꿨다(https://philtoday.kr). 보다 오랫동안 사용하고, 뉴스레터와 연계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계획하던 생각이다. 이에 맞추어 외부용 메일(wj@)과 뉴스레터용 메일(newsletter@) 역시 본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명함에 반영해야지. 2. 블로그 이름도 바꿨다. “백야”를 버리고 “오늘의 철학”으로 왔다. 사적인 공간의 이름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