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1)

J 박사께서 역한 책을 읽는다. 헤겔의 종교철학적 입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학부에서 헤겔을 배울 일이 없었다. 개론에서 다루기엔 너무 큰 주제이고, 헤겔만을 다루기엔 너무 깊어질 것이어서 그랬던 듯하다(우리 학교에는 헤겔 전공자⎯⎯참 이상한 단어이지만⎯가 없다). 여튼, 그래서 헤겔을 배울 일이 없었다.

저자의 헤겔 이해가 탁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양 글이 아주 쉬우면서도 알차다. 보여줄 것만 보여주며 숨길 것은 숨기고, 더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최고의 주석서이다. 또 역자의 원서와 헤겔 이해 및 번역 실력이 맞물려서 역서임에도 그 주석들이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헤겔이 이래서 일류 철학자이구나”를 칸트 이후 유럽철학에 문외한인 내가 느낄 만큼.

석사 논문으로 다원적 (비)실재론에 관해 쓸 작정이다. 헤겔은 의외로 많은 영감을 준다. 한번 책을 쭉 읽어보아야겠다. 그 후, 여력이 된다면 십년 째 책장 구석에서 “맹렬히 잠자고 있는” 헤겔의 <법철학>을 꺼내어 읽어 볼 것이다. 십년 전과 지금 나는 어떤 독해력의 차이를 가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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