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철학의 주요 문제"

Facebook 그룹, “Analytic Philosophy”에 공유된 영상. iai에서 진행한 티모시 윌리엄슨과의 인터뷰 중 일부이다. 윌리엄슨은 이시대 가장 걸출한 분석형이상학자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영미 철학의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말이 흥미롭다:

“영미 철학 전통의 주된 문제란,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 말[‘영미 철학’]을 사용할 때 생각하는 것은 “분석철학”인데, 그 분석철학은 지금 전세계에서 훈련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석철학은 영국이나 미국에서 유래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은 독일에서 유래했죠. … 결국 영미권 철학 전통이라는 것이 딱 있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분석철학 전통이 영어로 이루어지곤 하는 것은 맞으나, 영어는 국제 학술어가 되고 있고, 그러니 이러한 점이 딱 영미 철학에 관한 무엇이라고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콰인, 퍼트남, 로티 등으로 이어지는 행렬이 이른바 ‘실용주의’라고 부르는 퍼스, 듀이 류의 철학적 정신을 계승한 이력은 물론 그들의 철학사에 있다. 그러나 그러한 행렬은 여튼 ‘영미 철학’이라고 불릴 메인스트림을 형성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영미 철학이라는 것이 사실상 없다는 그의 평가는 이렇게 생각하자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이것이 한 편의 흥미로움.

다른 흥미로움은, 윌리엄슨의 문제제기와 동형적인 것이 오늘날 한국 철학계에서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외쳐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방향은 다르다. 우리 철학계에서 지배적인 흐름은 서구 철학계처럼 문제 제기와 논쟁보다는 주석과 소개, 기존 논의의 적용 등을 시도하는 탓이다. 그러나 여튼, ‘한국의 지적 전통’이라고 불리울 무언가가 담론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이다.

제일 가는 지식 도매상과 제일 가는 지식 소매상이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것이 참 재미있는 일이다. 영미 철학계에서는 이런 고민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더 흥미롭다.


그와중에 댓글 하나: “Absolutely spoke past the question. The question intended to instigate a critique of analytical philosophy and the speaker instantly derailed the conversation by simply criticizing the title “Anglo-American Tradition.” He wasted time being pedantic about the title of something without engaging the thing itself.”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맞는 말이다. 윌리엄슨이 굳이 이 질문을 못 이해한 척 한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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