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위로

사람들이 많이들도 죽는다. 부고를 자주 접할 나이가 된 것인가, 싶다가도, 그래도 그렇지 이 나이에 이렇게, 라는 생각이 들 딱 그만큼 부고를 듣는다. 한 달 걸러 한 번. 가까운 사람의 친지는 서너 달에 한 번. 애매한 사람은 조금 더 자주. 전혀 모르지만 조직 상의 관계로 듣게 되는 부고는 많게는 한 달에도…

성령강림 혹은 부활

* 성령강림주일을 맞는다. 동시에 이한열의 죽음을 맞는다. 동시에 동료 친지의 부고를 맞는다. * 성령의 강림과 성도의 죽음은 어떠한 관계도 없어보인다. 그러나 실상 그 둘의 관계는 어떤 것보다 긴밀하다. 성령 강림 사건은 예수의 죽음 후에야 찾아왔다. 단지 시간 상으로만 이후인 것이 아니다. 예수의 죽음을 애도하는 바로 그 때 사건이 일어난다. * 성령 강림의 사건은…

죄의식과 잘못

* 죄의식과 잘못 사이에는 종종 괴리가 있다. 잘못은 어떤 사건의 유형인 반면 죄의식은 어떠한 사실에 있어 그 부정적 책임을 스스로에게 지우는 의식적 경향이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향은 심지어 실현된 적 없던 사태가 어떤 시점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 대상을 갖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것이다. * 잘못을 의식하는 것과 허위의 죄의식을 강요받는 것은 어떤 차이를…

철학의 보수성

* 통념보다 철학은 보수적인 작업을 하는 학문이다. 가장 정치적 실천을 중시하는듯 보이는 프랑스 현대 철학도 그렇다. 이른바 “생성의 철학”과 “진리의 철학”이 구분될 수 있다 해도, 이른바 “윤리적 전회”라는 것이 발생했다 해도, 철학적 작업은 어느 정도의 보수성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여기에서 언급되는 보수성은, 그것이 피분석항의 변혁에 관여하지 않기로 요구된다는…

뿌리들

* 크래머의 “해석학 비판: 해석철학과 실재론”을 읽는다. 독일 철학과 프랑스 철학을 주로 잇대는 우리의 경향에는 의아하게도, 그는 콰인과 로티, 데이빗슨과 퍼트남, 그리고 굿맨을 먼저 언급한다.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적어도 앵글로색슨과 게르만, 로망스가 한 데 얽힌다. * 해석이라는 주제, 특히 해석의 다원성으로부터 나오는 존재/인식적 상대론에 대한 문제는 세 이질적 철학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자연신학적 옹호

중세의 신학자들은 자연 세계를 통해 하나님의 본성이 고찰될 수 있었다고 믿었다. 한편으로 자연신학은 비판될 수 있다. 왜 그러한가? 자연세계 역시 하나님의 은총이 경유되지 않으면 하나의 계시로 발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비판은 아주 근대적인 정신에서 나올 뿐이다. 이 비판은 세속에 대한 신성의 존재론적 우위를 주장할 수 없는…

Creatio ex nihilio

“무로부터의 창조”가 가능한가?: 첫째. 신적 창조는 어떤 창조인가? 질료에 대한 창조라면, 그러한 창조는 무한퇴행적 창조이다. 신이 오로지 정신적인 것이 아닌 한 바로 그 신을 누군가가 창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이 오로지 정신적이라면, 그것은 질료적 차원에 인과적 영향을 줄 수 없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질료에 대한 창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적…

치유

* 여러가지 방식의 치유가 있다. 어떤 문화는 치유를 위해 물리적 방식을 동원하고, 어떤 문화는 상징을, 어떤 문화는 언어를 동원한다. * 이원론적 종교가 하나의 치유 방식으로 작동한다. 어떻게? 탄원자의 특정한 결여에 대해, 그 결여를 악신의 책임에 돌린다. 문제는 여전히 남지만 그 탓은 저 멀리 있는 악신에게 있다. * 상담이 하나의 치유 방식으로 작동한다.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