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서와 원서

페북에도 올려뒀다. 예전에 한창 하나의 이름을 통한 번역서와 원서의 동시 지시가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첫째 계기는 텍스트성 발표였고, 다른 계기는 <언어철학연구> 세미나에서 다룬 흥미로운 사례(‘일리아드’는 고유명인가 집합술어인가?)에서였다. 가능한 답변이 서너 개 있다. 강도 순으로 정렬하자면 이렇다. 1) 명제적 동일성, 2) 명제 간…

블로그를 없앤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제곧내 지평에 <논증 연습>이라는 제목으로 비정기 연재하던 것을 가만히 보니, 이건 지평보다 개인 블로그에 쓰는 것이 나은 글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사랑스러운 homo dubitans는 이미 폐쇄한지 오래이다. 그래서 그냥 새로 블로그를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이전처럼 공부나 과제물, 수업 내용 등은 정리해서 올리지 않을 생각이다. 역시 블로그는 잡담이나…

논증 연습 (2): 윤리학에 있어 형이상학적 당위의 필요성

<지평>에서 가져옴. (2018년 6월 30일자 게시글) 이하는 이른바 ‘자연주의’의 주장의 일부로 여겨질 만한 가상의 주장을 가정으로 든 뒤 귀류법을 통해 그 반대 경우를 지지하는 논증이다. 2의 가정이 자연주의의 골자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또한 논증 전체가 치밀하게 짜였다기에는 조금 엉성한 감이 있고, 의심스러운 부분도 존재한다. 일단은 이 엉성한…

논증 연습 (1): 종교와 과학은 양립할 수 없는가?

<지평>에서 가져옴. (2018년 6월 6일자 게시글) 이하의 논증에 따라, 과학적으로 부조리한 종교적 진술은 (i) 그것이 내포하는 어떤 과학적 명제의 거짓에 의해서만 과학적 진술들과 양립 불가능하며, (ii) 그 진술이 내포하는 종교적 명제에 대해서는 과학적 진술과 양립 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할 수 없음이 증명된다. 간단한 논증 (1) 일반적인 신앙적 행태에…

백야

해가 하늘로 떨어졌다. 백야였다. 누군가는 자신의 나라를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부르며 즐거워 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말로 해가 지지 않는 날, 그 태양의 그림자 앞에서 H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하루가 지났다고 할 수 있냐는 것이 그가 늘 품어 온 생각이었다. 세계를 둘러싸는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