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존재론

나는 나를 소개할 때 “메타존재론”의 주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메타존재론이란 무엇인가? 존재론에 있어 문제되는 사안 일반을, 그 존재론 밖에서 분석하는 작업이다. 예컨대, Philpaper.org는 메타존재론의 하위분류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고 있다: 존재론적 개입; 존재론적 규약주의 및 상대주의; 존재론적 불일치; 존재론적 허구주의; 존재론적 다원주의; 존재론적 실재론; 양화와 존재론; 형이상학에서의 방법론.…

사상 종속적 철학은 가능한가?

어떠한 사상에 따르는 철학, 예컨대 여성주의적 철학이나 기독교 신학적 철학, 맑스주의적 철학은 가능한가? 그것들 각각은 때로 줄여서, 여성철학/기독교철학/맑스철학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하간 그러한 것은 가능한가? 철학이 갖는 학문적 지위는 메타학문으로서의 그것이다. 여러 눈들 사이에서 다른 눈 모두를 보는 감시자의 역할이다. 따라서 철학은 그 자체로, 모든 학문들의 논의 영역domain을 스스로의…

하나님의 위로

사람들이 많이들도 죽는다. 부고를 자주 접할 나이가 된 것인가, 싶다가도, 그래도 그렇지 이 나이에 이렇게, 라는 생각이 들 딱 그만큼 부고를 듣는다. 한 달 걸러 한 번. 가까운 사람의 친지는 서너 달에 한 번. 애매한 사람은 조금 더 자주. 전혀 모르지만 조직 상의 관계로 듣게 되는 부고는 많게는 한 달에도…

성령강림 혹은 부활

* 성령강림주일을 맞는다. 동시에 이한열의 죽음을 맞는다. 동시에 동료 친지의 부고를 맞는다. * 성령의 강림과 성도의 죽음은 어떠한 관계도 없어보인다. 그러나 실상 그 둘의 관계는 어떤 것보다 긴밀하다. 성령 강림 사건은 예수의 죽음 후에야 찾아왔다. 단지 시간 상으로만 이후인 것이 아니다. 예수의 죽음을 애도하는 바로 그 때 사건이 일어난다. * 성령 강림의 사건은…

죄의식과 잘못

* 죄의식과 잘못 사이에는 종종 괴리가 있다. 잘못은 어떤 사건의 유형인 반면 죄의식은 어떠한 사실에 있어 그 부정적 책임을 스스로에게 지우는 의식적 경향이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향은 심지어 실현된 적 없던 사태가 어떤 시점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 대상을 갖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것이다. * 잘못을 의식하는 것과 허위의 죄의식을 강요받는 것은 어떤 차이를…

철학의 보수성

* 통념보다 철학은 보수적인 작업을 하는 학문이다. 가장 정치적 실천을 중시하는듯 보이는 프랑스 현대 철학도 그렇다. 이른바 “생성의 철학”과 “진리의 철학”이 구분될 수 있다 해도, 이른바 “윤리적 전회”라는 것이 발생했다 해도, 철학적 작업은 어느 정도의 보수성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여기에서 언급되는 보수성은, 그것이 피분석항의 변혁에 관여하지 않기로 요구된다는…

뿌리들

* 크래머의 “해석학 비판: 해석철학과 실재론”을 읽는다. 독일 철학과 프랑스 철학을 주로 잇대는 우리의 경향에는 의아하게도, 그는 콰인과 로티, 데이빗슨과 퍼트남, 그리고 굿맨을 먼저 언급한다.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적어도 앵글로색슨과 게르만, 로망스가 한 데 얽힌다. * 해석이라는 주제, 특히 해석의 다원성으로부터 나오는 존재/인식적 상대론에 대한 문제는 세 이질적 철학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