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역학 (1)

1. 신성은 무조건성, 즉 궁극성에 기초한다. (*여기에서 “궁극성”이란, 그 이상의 원인 내지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2. 무조건성, 즉 궁극성, 즉 무제한성, 즉 절대성은 객관과 주관의 경계를 말소시킨다. 이러한 성격의 존재자에 대해서는 그 인식 내용이 실재적으로 담지하는 속성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3. 무제한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제한적인 것(아마도…

정체성 (2)

저자 회의를 하다가 ㅍ이 그렇게 물었다. 우리 모임이 웹진을 추구할 것인지 동인을 추구할 것인지 확실히 하자고. 결국 우리 모임이 어떤 본질을 갖느냐는 물음이다. 난 사실 별 뚜렷한 생각이 있지는 않다. 동인이면 동인이고 웹진이면 웹진이다. 둘 다를 표방할 수 있다면 베스트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청이긴 하다.) 뭐 여튼. 난 별 생각…

양식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양식은 이렇다: “A는 그의 저서 <a>에서 이렇게 말한다. ‘…p…’ 여기에서 p란 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이를 위해 고대철학적 맥락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p는 <b>에 수록된, C의 말에 등장한다. ‘…p..q..’ 그에 따르면 p는 q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여기에서 q는 어원적으로 “~”를 의미한다.…

자기고립적이지 않기 위하여

모든 운동에는 두 흐름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한쪽의 사람들은 공동체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신앙, 우리의 신념, 우리의 느낌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기호로 소통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한편 다른 이들은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우리의 신앙과 신념, 느낌을 사적인 기호가 아니라 공적인 언어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유명론의 어떤 문제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남겨 둔다. 유명론의 주장을 “종이나 속성 등의 보편자는 오직 그것으로 불리우는 존재자의 집합일 뿐이다.”(이 주장은 외연주의 의미론과도 상통한다. 그러나 이 주장이 그릇된 사례가 있다. 두 문장 “돼지는 네발동물이다”와 “돼지들이 집단폐사했다”를 생각해 보자. 두 문장에서는 “돼지이다”라는 술어가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한편 유명론자는 두 술어의 의미가…

무엇-어떻게-왜

대학원 신입생 강독회를 위해 강독 도서인 지도교수의 대표작을 읽는다. 서문의 내용은 그가 여느 수업에서도 처음부터 깔고 들어가는 이야기와 동일하다. 분석철학을 하겠다는 입장에서는 머쓱한 소리일 수 있지만, 그의 철학적 전제는 대학에 들어왔을 당시에도, 또한 지금도 아주 그럴듯한 틀을 제공한다. 그의 전제는 철학적 질문의 구획이 무엇-어떻게-왜, 그리고 그 왜에 대해 병렬적인 질문…

양심 있게 쓰기의 어려움

자꾸 어렵다. 뭐가 어려운진 몰라도 확실히 뭔가 어렵다 ㅇㅅㅇ.. 일단 오늘의 어려움은 양심 있게 쓰고 말하는 법이다. 애기때부터 대학 와서까지 줄기차게 들은 ‘글쓰기 교양’의 많은 부분은 <나를 드러내지 말 것>이었다. ‘나는~생각한다’ 꼴의 글을 쓴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나? 앞뒤를 자르고 “~”만 써라.…

명료함 외의 어려움

명료함이 아니니까 ‘일상’ 카테고리에. 1. 공동체 S에서 일을 시작한다. 성탄절, 점심을 먹고 사람들과 인사 겸 카페에 갔다. 어쩌다보니 인스타를 발각당한다. 철학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B가 묻는다. “어느 철학자를 좋아하세요?” “아.. 러셀이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갑분싸. 2. 성탄 저녁에 갑작스레 한 파티에 참여한다. 랜덤으로 부여된 주제어를 갖고 시를 쓴 뒤 나누어 갖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