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가지

백야에는 역시 아무도 안 보겠지 싶은 맛에 글을 쓰는 것 같다. 윽 난 데이터 자원을 낭비하는 것인가. (망망대해에 세제 반 방울 뿌리는 정도다.) * 성서정과에 따른 묵상을 조금씩 하고 있다. 믿음이 늘은 것인지 우울이 늘은 것인지 잘 분간이 안 간다. 그래도 무언가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니 다행이다. 이게 좋은 것인지는 잘…

머리가 안좋으면 사람이 고생한다(2)

지난 몇 달간 상담을 받으며, 또 모종의 사건들로 인해 내가 갖고 있던 과거 기억을 대부분 재편했다. 그러고 나니 나는 하여간 멋진 사람은 아니다. 그런 나를 발견하고 나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전의 나쁜 일들은 거부감을 일으킨다. 그러나 훌륭한 일을 하자니 나는 무자격자인 것 같다. 화해를 하고 훌륭한 일을 하면 되지…

머리가 안좋으면 사람이 고생한다

정리해두고싶은 철학적 직관들이 몇가지 있다. 철학항다는 것은 그런 직관들을 정합적인 체계 안에서 정당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단 일관된 체계가 있어야 나의 정당화된 직관이 현실에 비추어 옳은지 그른지 볼 수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체계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정당화시키지 못하면 개똥철학이고 정당화시키면 철학이고 정당화되고 또 맞는 말이면 일급철학인…

글쓰기

한 줄 한 줄이 딱 오는 그런 글은 실제로 아무 의미도 갖지 않을 공산이 크다. 글의 의미는 한 줄이 아닌 전체 글로부터 오며, 더 나아가 그 글이 놓인 맥락에서 오기 때문이다. 글을 알아듣게 쓴다는 것은 따라서 멋진 말을 모자이크처럼 설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말들의 순서를 조리있게 두는 것이며,…

차례와 성만찬

사실 성만찬례나 차례나, 친구끼리 오랜만에 만나서 추억팔이 하며 술 한 잔 하는 거나 그 요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성만찬에 주의 영이 임재한다고 믿고나 친구와 만나 때로 술잔을 기울인다면 “이런 망할 귀신문화 어서 사라져야”라고 말할 것까지는 없다. 차례가 문제가 된다면 이를 준비하는 데에 관한 수고가 여성에게 편중된다는 점을 것이다. 차례에…

왜 살지

라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하다 <사는 이유와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글을 읽었다. 이것 또한 훌륭한 철학의 한 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가 사는 이유를 만들 이유를 제시하고는 있지 않다. 왜 사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일까.”며칠 전에 사는 이유에 대해 그림까지 그려가며 뻘 글을…

좋은 철학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교양에서는 이번 여름 하이데거를 읽는다. 하이데거는 좋은 철학자일까? 그를 자꾸 읽으면서 우리는 그의 틀 안에 자꾸 매몰된다. 이것이 훌륭한 철학자일까? 하이데거는 훌륭한 철학자일수도 있겠지만, 하이데거에게 매몰되는 철학은 훌륭한 철학일까? 정말로 참되고 좋은 철학은 오히려 그 한 시대를 훌륭히 설명해 내고 다음 세대에게 짐을 넘기는 철학 아닐까. 그런…

명료함의 어려움

철학적 능력과 별개로, 어느 정도 이상의 정규 교육을 받았다면 자기 말을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란 합의된 틀 안에서 사고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제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을 받은, 또 받고 있는 이들도 자기 의견을 명료히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학문적 맥락에서뿐 아니라 일상의 맥락에서도 그렇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