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에 관한 총체적 비구조 이론

양화사 변이가 갖는 난점들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식은 비구조적 사실(u-facts)의 계열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루이스가 제안했듯 사실의 외연을 그 사실이 성립하는 가능세계의 집합으로 간주할 때 가능하다. 명제의 내포를 그 명제가 참인 가능세계의 집합으로 환원하듯 말이다. 허쉬가 이 가능성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순간 든 의문은, 비구조 이론…

양화사 변이와 기술구주의

양화사 변이의 옹호자에게 있어 문제될 것 중 하나는 단칭어의 문제이다. 학위논문을 쓸 때 비슷한 문제를 다루었기는 했었는데, 테드 사이더의 논문, “Neo-Fregeanism and Quantifier Variance”(Sider 2007)를 읽고 이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문제란 이런 것이다. 두 언어, L과 M이 있다고 하자. 이 두 언어는 상이한 양화…

‘철학적 대화’

내가 철학을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대할 법한 이미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이른바 ‘철학적 대화’를 기깔나게 하리라는 그런 기대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그들이 기대하는 ‘그 대화’에 끼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철학적 대화의 적절한 주제라고 통상 생각하는 많은 주제들이, 내가 보기로는 철학적으로는 매우 사소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20년 하반기 이야기

최근의 여정은 이랬다: * 지난 1학기에 종합시험을 통과한 뒤 학위논문에 착수했다. 퍼트남의 내재적 실재론이 종교들에 대한 철학에 있어 갖는 다원주의적 함의를 밝힌 뒤 내재적 실재론을 옹호하는 것이 논문의 골자였다. 퍼트남에 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외부 교수님을 부심으로 초빙했는데, 한편으로는 이 덕에 뿌듯한 연구가 가능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때문에 졸업이 곤경에 빠질 뻔했다.…

'Neo-Carnapian'

신카르납주의는 오늘날 영미권 철학계에서 아주 빈번히 등장하는 분류이다. 이들은 존재론을 보다 연질의soft, 가벼운lightweight 것으로 간주한다. 이들은 양화사나 개념에 있어 가소성 내지 상대성이 원리적으로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진지한 문제란 존재론 내적internal 문제일 뿐이며, 존재론 외적external 문제는 상당히 사소한 것 내지 어쩌면 사이비 문제에 불과할 것임에 동의한다. 그리고 나 또한 이들의 방향성에…

'지양'

* 역설이란 두 방식으로 해소될 수 있다. 하나는, 역설을 일으키는 진술들이 그 명제차원에서는 모순되지 않음을 규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진술들 중 하나 또는 몇몇을 제거함에 따라 모순을 제거하는 것이다. 전자는 사실, 일관된 진술 집합 및 그것을 비일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사고 사이의 대립에서 후자를 제거하는 것에 해당한다. 결국 역설의 해소는 모순의 제거이다.…

철학함과 철학되는 것

철학한다는 것은 공격적이게 말하는 일을 포함한다. 통념을 그저 반복하는 일은 유의미한 철학적 작업의 일부로 간주되기 어렵다. 그 경우 메타 담론인 철학과 대상 담론인 일상 언어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곤 한다는 점에서 철학적으로 여겨지기 어렵고, 그러한 반복은 학문적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학문적 작업으로 여겨지기 어렵다. 그런데 통념을 논박하는 일은, 특히 철학의 방식인…

DC Gallary

디씨인사이드 말고, 데이빗 챠머스. 챠머스의 홈페이지에 있는 갤러리(http://consc.net/pics/)에 들어가곤 한다. 처음 이 곳을 알게 된 것은 한국 철학자들 몇몇을 검색하던 중 2008년 세계 철학자 대회(서울, 제22회) 사진 갤러리를 발견한 때였다. 한국의 유명한 교수들(정대현, 선우환, 신상규, 김기현, 윤보석 …)뿐 아니라 해외의 유명한 교수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