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우울

이름은 지나갔습니다 길지도 않던 시간인데 다 어디로 흘러갔는지요 D, J, Y, K … 그 이름들 그것을 기억하고 난 또 그 기억에 이어진 것들을 떠올리다 오늘도 밤을 보냈습니다 왜 갑자기 그 이름들인지, 글쎄 내가 알 일은 아닙니다만 단지 내가 아는 것은 계절이 돌아오고 돌아오지 않은 이들이 남고 나는 그 이상한 역설을 보았다는…

사건이 아닌 사태를 표상함

우리가 표상하는 것이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없다. 모든 사건은 그것의 고유한 시간과 공간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건을 우리가 재현한다는 것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기로 돌아가거나, 특정한 매체를 통해 바로 그 고유성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재현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물리적으로 그렇다. (나는 또한 형이상학적으로도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질렸나

그래. 솔직히 말하자. 다 질렸다. 언제 이것을 깨달았을까. 오늘 아침, J가 나에게 “현타왔다는 소리구나”라고 했을 때일까. S가 “형은 공부 언제 해?”라고 물었을 때일까. S 모 교의 수업에 실망했을 때일까. 조금 더 거슬러 신입생 강독회 때였을까? 더 거슬러, 더 거슬러.. 여하튼 언제쯤에는 깨달았을 것이다. 언제부터 그렇다면 나는 질려 있었나.…

집과 직장의 중첩된 어딘가; 그 중첩을 떠나며

오늘도 자유교양으로부터 “굴림” 당해버렸다. 50주년 기념 문집에 실릴 기사를 내라고 해서, 끝까지 미루다 후다닥 만들어 버렸다. 퇴고따윈 하지 않고 제출해 버린다. 그렇더라도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니다. 1. 꼬박 네 해를 채웠습니다. 대학 생활과 동시에 시작한 자유교양에서의 공동체 생활이었고, 이제 졸업을 해 3월이 되었니 딱 그만큼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많은 것이…

논증 연습 (4): 의무와 양상의 상호 함축

1. 모든 의무가 실현된 세계를 가정하자. 2. 그러한 세계가 상상 가능하다. 3. (의무의 세계에 대한 접근가능성) 따라서 그러한 세계가 접근 가능하다. 4. 어떤 x에게 있어, F가 불가능하다고 하자. 5. 바로 그 x에 대해, 모든 접근 가능한 세계에서 F(x)가 거짓이다. 6. 바로 그 x에 대해, F는 의무가 아니다. (의무의…

개별자 종속적 보편자, 또는 거친 의미에서의 트롭

몇 년 전 어느 수업의 기말 페이퍼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논증했다. 거칠고 서툴지만, 여전히 나의 관심이 같은 곳에 있음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주어에 대해 같은 술어는 실제로 같은 현상을 지칭하는가? 즉 “a가 생각한다”와 “b가 생각한다”는 a와 b에게 실제로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주장하는가? “x이(가) ~의 색을 본다”…